골프공업계 '메가톤급 폭탄'…타이틀리스트 독주 깨지나

입력 2023-03-16 18:11   수정 2023-04-15 00:02


프로대회 출전 선수들이 쓰는 골프공 비거리가 지금보다 15야드(13.7m) 짧아지도록 관련 규정을 고치겠다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골프협회(R&A)의 발표에 세계 골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골프공 1위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의 독주 체제가 흔들릴 여지가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USGA와 R&A는 “프로선수만 규제 대상”이라고 강조하지만, 업계에선 결국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영향을 미쳐 골프공 시장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프 규칙을 세우는 USGA와 R&A는 지난 15일 공동성명을 내고 프로대회에서 선수들이 사용하는 골프공 성능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골프 장비가 좋아진 데다 과학적인 교습법이 확산되면서 장타자들이 생긴 여파다. 미국프로골프(PGA)는 선수 간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골프코스 전장을 꾸준히 늘렸고, 이로 인해 농약과 물 사용량이 늘어나는 등 환경에 악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두 단체는 시속 127마일(약 193.12㎞)의 스윙 스피드로 때렸을 때 비거리가 320야드를 넘지 않는 공만 ‘프로 공인구’로 인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규정은 시속 120마일(193.12㎞)의 스윙 스피드로 때렸을 때 320야드를 넘지 않는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인기 골프공은 대부분 현행 규정에 맞춰 개발된 만큼 새 규정이 시행되면 거리가 덜 나가도록 골프공 제조방식을 바꿔야 한다. 새 규정은 2026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선수들 사이에선 장타자를 중심으로 반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모양새다. LIV골프에서 뛰는 PGA투어 장타왕 출신인 브라이슨 디섐보(30·미국)는 “누구나 장타를 보길 원한다”며 “그게 사람들이 골프 경기를 관람하러 오는 이유”라고 했다. 장타를 앞세워 PGA투어 15승을 거둔 저스틴 토머스(30·미국)는 “아마추어들이 (세계랭킹 1위인) 스코티 셰플러가 쓰는 골프공을 사는 게 무엇이 잘못됐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세계 골프공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타이틀리스트 측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표면적인 반대 이유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프로선수의 샷을 보면서 그들과 똑같은 샷을 치는 꿈을 꾼다. 그런데 서로 다른 공을 치도록 한다는 건 골프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속내는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제조·판매 비용 급증에 더해 자칫 이 과정에서 ‘타이틀리스트 독점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수용 공을 따로 만들려면 재료 배합부터 금형까지 별도로 개발해야 한다”며 “아마추어들은 10m라도 더 나가는 현행 공을 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프로용과 아마추어용 제조설비를 각각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업체들이 새 규정에 맞춘 프로용 공을 내놓으면서 현재 주력제품을 없애고 신제품으로 통일할 수도 있다”며 “이것 역시 큰 변화인 만큼 압도적 1위인 타이틀리스트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고 말했다.

타이틀리스트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이번 조치가 앞으로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한 골프공 제조사 관계자는 “타이틀리스트의 시장을 조금이라도 빼앗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생겼다”면서도 “프로 전용 공을 별도로 개발해야 하는 등 생각지 못한 비용이 드는 건 부담”이라고 말했다.

타이틀리스트가 ‘프로들이 쓰는 공’이란 마케팅을 펼쳐온 만큼 새 규정이 시행되면 프로 전용 공에 ‘올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후발주자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거리에 신경 쓰는 아마추어들에게 ‘프로용 골프공보다 10~20m 더 나가는 공’으로 어필할 수 있어서다.

비공인 골프공을 만드는 한 업체 관계자는 “선두 기업들이 ‘프로 전용 골프공’ 시장으로 쏠릴 경우 아마추어 공인구 시장에 빈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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